Meet Joe Black

Feel 2007/06/22 08:59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본 영화 중 가장 romantic한 영화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선뜻 꼽게 될 영화가 Meet Joe Black이다. 뭐 그리 명품 영화로 꼽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유로라도 인구에 그리 많이 회자 되는 영화도 아니다. Brad Pitt과 Anthony Hopkins라는 두 star가 나오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나 한국에서나 상영 당시 그 두 배우에게 기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의 그다지 큰 반향은 얻지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혹자는 꽤나 상영시간이 긴 이 영화의 지루함에 대한 적당히 온건한 비난으로 '다 좋은데 Joe Black을 만나는데 왜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한 지 잘 모르겠다' 는 말을 했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미 상영된 지 10 년이 다 되어가는 Meet Joe Black 타령이냐고?

한집 사는 남자가 거금 들여서 차에 DVD/DMB/Navigation이 되는 기계를 한 대 들여놓은 후로 영어회화 공부를 빙자하여 아침 저녁 출퇴근 길마다 미드나 영화를 틀어놓는다. 초반 한동안 West Wing series를 섭렵하다가 졸업하고, 그 다음 레퍼토리가 Meet Joe Black이었다. 영어회화 공부가 목적이다보니 같은 영화를 10번쯤은 반복해서 볼 기회가 되었고. 워낙에도 좋아하던 영화였지만 반복학습을 하다 보니 왜 이 영화가 나에게는 그리도 'romantic'하게 다가오는 지를 '분석'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흠... 이건 직업병이다. 세상에 romantic과 가장 안 어울리는 단어를 찾으라면 '분석'이 아닐까? 병이야 병)

그래서, 도대체 이 영화가 어떤 영화길래, 왜 나한테는 그리도 romantic 한걸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 Death (서양판 저승사자라고 번역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듯 하다)의 이야기이다. 물론, Death의 사랑은 삶이 주는 경이로움을 말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무튼 내가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Death의 사랑이다.

인간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지나가던 엄한 남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Brad Pitt처럼 잘 생긴 남자)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강림하신 Death께서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에게는 도대체가 생전 (이 표현이 Death에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가슴떨림도 처음이고 'put his mouth to hers' 했을 때의 그 피넛버터와도 같은 달콤함도 생소하며, 그녀의 몸을 만졌을 때 오는 저릿함도 불가해하다. (참고로, '이건 도대체 무엇이람?!' 하는 Brad Pitt의, 약간은 땅에서 살짝 떠 있는 듯한 어리둥절한 표정의 연기는 그 어느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보다 매력적이다.)

이 영화가 나에게 주는 romantic함의 첫번째 요소는 대사이다. 긴 말 않고, 도대체 고전도 아니고 현대를 배경으로 한 어느 영화에서 'I want you to sing with rapture and dance like a dervish. Who knows... lightning could strike'와 같은 대사를 기대하겠는가~

하지만, 그 멋진 대사들보다 더 romantic한 것은 이 영화의 romance가 지니는 '청순함'이다. 오해말자. '청순함'이 불륜이 아니라거나 함부로 몸을 굴리지 않는 다거나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불륜 아니라 그 어떤 상황이라도 사람은 '청순하게' 사랑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느끼는 '청순함'이란 오히려 '치열함이 없다', 내지는 '사랑 본연의 긍정적인 감정에만 충실하며 잔머리 굴리거나 쓸데없는 생각을 함으로써 사랑의 본질을 흩트리는 일이 없다' 라는 쪽에 가까운 표현인 것 같다.

이 영황에서 Death가 하는 사랑에는 어떠한 치열함도 없다. 그는 한 여자를 만났고, 그 녀에게서 사랑이 주는 모든 감정과 희열을 느끼고, 그들을 그냥 받아들이고 즐긴다. 어떠한 거부도 안하고 노력도 안하고 고민도 안한다. 그냥 그것 들에 반응한다. '사랑'과 '빠지다'라는 두 단어에서 은연 중 드러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측면이 배제된 '사랑에 빠짐'이다. 적어도 내게는 이런 사랑은 눈물나게 감미롭고 청순하다.

새벽 출근을 해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일은 절대 하기 싫은 이 때에, 그리고 상당 기간 장안의 화제의 인물이었던 '화영'과 같이 치열한 사랑만 주변에서 보고 있는 이 마당에 문득 그 청순함이 그리워서 끄적거렸다. 한 명쯤은 전설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이런 청순한 사랑을 좀 보여주면 싶다.

그나저나 전혀 다른 이야기 하나. 여러 번째 보고서야 깨달았는데 주인공인 언론 재벌 Anthony Hopkins의 집과 사무실 벽에 걸린 그림들이 장난이 아니더군. 피카소, 말레비치, 로쓰코, 미로... 작은 하나 하나까지 신경쓰는 Hollywood 영화의 수준에 감탄해버렸다. 우연인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기도 하고...


공지사항: 인생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다보니 모든 사진들이 있는 개인 컴퓨터 access가 제한되고 있습니다. 동경 Art Triangle 3편은 정말로 '곧' 올리겠습니다.
Posted by gomy